바이 더 클라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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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23:48
바이 더 클라이언트
포도마을 한울타리 사무국장 박 일 남
20여 년 전 시골노선버스를 운행하던 운전기사가 시골 종점정류장에서 출발할 때 노인들이 한차 가득 승차한 것을 보고 “귀신들만 바글바글하네.”라고 비아냥거린 것을 노인들이 듣고 “부모도 없느냐? 너는 안 늙느냐?”하고 꾸지람하신 것에 서로 언성이 높아져 격분한 노인들이 시청에 고발을 한 것이다. 시청 교통행정과로 불려간 버스회사 직원이 호되게 야단맞고 돌아왔다. 그 시절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노인복지 차원에서 ‘경로 우대증’이라는 것을 발행하여 시내버스는 어디서든지 회수에 관계없이 무료승차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버스 기사는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회사에서 책임을 묻기 때문에 버스회사 간, 버스노선 간 경쟁이 심하였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 없고, 시골에 남은 노인들이 농수산물을 시장에 내다 파는 까닭에 짐 보따리를 많이 가지고 타면서도 ‘경로우대증’으로 무임승차를 하니 버스기사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한차 가득하나 운송수입은 없으니 ‘귀신’만 한차 태웠다고 짜증을 낼 수밖에 없었고 도중 정류장에서는 노인이 손을 들면 아예 못 본체 지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승차거부문제가 계속 발생되자 이 제도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되어 승차거부는 사라지고 노인들도 손님으로 대우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회복지변천의 패러다임을 살펴보면 보호․관리가 중심개념이었던 60년대는 Of the client의 시대이며, 이때는 시설수용이 사회복지실천의 초점이었다. 그 후 시설병이 대두되면서 탈 시설화에 초점을 두고 후원․지원의 개념으로 사회복지를 실천하던 80년대는For the client의 시대였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2000년대에는 지역사회복지에 초점을 두고 함께 참여하는 동반의 개념을 나타내는 With the client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지방대학에서 사회복지 시간강사를 하였을 때 일이다. 수시와 정시 학생모집을 위해 대학전체가 안간힘을 쓰는데, 학과장교수가 학생유치를 위해 고등학교를 방문하였더니 교실칠판에 ‘대학교수와 잡상인 출입금지’라고 써 놓아서 ‘이제 대학교수도 잡상인이나 다름이 없는 신세가 되었소.’ 하고 교수모임에서 우스개 소리를 하였다. 사회복지사의 양성도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 사회복지유사학과(사회복지행정과, 사회복지전산과 등), 사이버대학과 대학부설 사회교육원의 단기속성과정까지 사회복지사의 대량배출로 인한 사회복지사의 위상과 의식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헌신적·희생적 자선사업으로 시작된 사회복지가 자기희생의 대명사에서 이제는 직업으로서의 사회복지사로 탈바꿈하여 열악한 사회복지현장의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운동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러한 내적 변화에 따라 동반(with)의 사회복지에서 진화되어 클라이언트에 의한(by) 사회복지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우리 시설에 사이버 사회복지대학의 실습생으로 백발의 노인이 두 분 찾아오셨다. 두 분 모두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양로원을 설립하여 운영하기위해 자격증취득을 하려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한다. 이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은 사명감도 연민의 정도 아닌 사업경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요양원은 의료사업과 노인복지사업이 융합된 사업경영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점차 실버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눈을 돌리고 있고 각종 노후연금제도가 발전할수록 노인복지시설은 경쟁시대로 진입하여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한 경제법칙이 지배할 것이다. 비단 노인복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복지는 각 분야에서 이러한 경쟁시대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자선적 패러다임의 구시대적 사회복지사업이 ‘사회복지업’이라는 신종 서비스업으로 부상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자 등록하는, 그야말로 클라이언트에 의해서 평가되고 클라이언트에 의해서 사회복지가 존재하는 By the client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그리하여 병 잘 고치고 서비스 좋은 병원이 잘 되듯이 서비스를 잘하는 사회복지시설이 발전하고 능력 있는 사회복지사가 우대받으며, ‘경로우대증’이나 다름없는 ‘장애인 할인’ ‘장애인 혜택’ ‘수급자’라는 사회적 낙인 없이 국가가 개인에게 현금으로 모든 복지혜택을 직접 지원하여 더 이상 클라이언트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당당한 사회복지 소비자(consumer)가 되어 ‘클라이언트라’는 용어마저 사회복지사전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진일보하여 대학이 학생유치를 위해 경쟁적이듯이 사회복지시설이 클라이언트 한 분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서비스로 경쟁하는 Buy the client 시대가 되어 이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복지시설이 존재할 수 없는 차원 높은 복지천국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