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놀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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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3 15:44
아침 일찍부터 전 직원들이 시간에 쫓기듯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부탁도 하지 않은 생활인들이 모여들어 마치 자신들의 일 인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도와준다. 생활인들의 표정을 보면 하나같이 기대에 잔뜩 부푼 어린아이들처럼 말똥말똥한 눈망울들이다. 시장 놀이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시설 내에서 여러 종류의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생활인들이 천진난만한 탓인지 뭐니뭐니해도 우리 생활인들에게는 역시 시장놀이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좋다.
시장놀이 프로그램은 분식, 다과 등을 포함한 다양한 먹거리와 생활인들이 선호하는 장난감이나 액세서리 등을 진열해 놓고서 미리 나눠준 종이화폐를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여 구입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재래시장을 재현하여 직접 체험해봄으로서 돈의 가치와 함께 여러 가지 경험들을 즐거운 놀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단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생활인들이 그토록 좋아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비록 모형으로 제작한 종이돈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직접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이분들에게는 더없는 재미와 함께 아주 소중한 경험인 것이다. 딱딱한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한 자연스러운 체험이라는 점이 생활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인기가 가장 좋을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실 이날 하루는 생활인들에게는 거의 축제나 다름없다. 생활인들 마다 종이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데 이러한 특성들을 관찰 하는 것이 이날 직원들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사버리고 나서 돈이 바닥나자 교사에게 찾아와서 돈을 더 달라고 졸라대는 생활인이 있는 반면, 가짜 돈이 아까워서 주머니에 꼬깃꼬깃 넣은 채 절대 꺼내지도 않는 분도 있다. 심지어는 교사가 어느정도 인지가 되신다고 판단하여 거스름돈을 정확히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종이돈을 천원권이 아닌 만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로 드리자 왜 자신의 돈이 다른 생활인들보다 장수가 부족하냐며 버럭 화를 내시는 분이 계시기도 했다. 교사들은 그 순수함에 못 이겨 결국 다시 천 원짜리 여러 장으로 바꿔드리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생활인들 중에는 프로그램 초기에 종이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 자체를 어색해 하는 분들도 계셨고 큰돈과 작은 돈의 개념을 몰랐던 분들도 계셨지만, 이제는 자신이 받은 돈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까지 세울 수 있게 된 분들이 많아지셨다.
또, 어떤 분들은 자신에게 한정 되어 있는 돈을 아껴서 교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비록 종이돈이기는 하지만 본인에게는 그날만큼은 큰 가치가 있는 돈이었기에 음식을 선물로 받은 교사는 그만큼 감동이 크게 느껴진다. 그 때문일까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쌓여있던 피로가 생활인들이 건네주는 과자 한 봉지에 순식간에 달아난다.
이처럼 시장 놀이 프로그램이 회를 거듭 할수록 하나둘씩 발전해가는 생활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면서 이 프로그램이 생활인들에게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순수함을 간직한 채 계속 발전해가는 한울타리 생활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생활재활교사 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