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를 함께 들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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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를 함께 들어 드릴께요.

관리자 0 18,972 2011.04.01 23:52


 

오늘도 못 쓰게 된 종이 상자를 모으며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오는 이도 가는 이도 없는 골목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위해 모아둔 것을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봐 자꾸 서성입니다. 가게 앞 신작로에 나와서 이쪽저쪽 골목 끝을 번갈아 살펴도 기다리는 그분은 오지 않네요.  ‘어서 오셨으면. 오늘을 넘겨버리면 다른 사람에게 줘야 하는데…. 기다림은 더욱 나를 초조하게 만듭니다.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할머니가 지나가십니다. 얼른 달려 나가 반갑게 할머니를 불렀지요.
“가게 앞이 하도 깨끗해서 그냥 지나가려던 참이었는데 문 뒤에 상자가 숨어 있지 뭐야.”

 할머니는 웃으며 상자를 주섬주섬 챙기셨습니다. 할머니는 제법 먼 거리에서 우리 동네까지 폐휴지를 모으기 위해 오십니다. 손수레 가득 채워야 할머니는 겨우 5천 원 벌이를 할 수 있습니다. 부피보다는 무게가 더 중요하단 말씀에 우스개 소리로 “물 좀 뿌리세요” 하고 말했지만 가슴 한쪽이 아파옵니다.
늘 할머니는 종이 상자만 들고 가시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지 않는 재활용품까지 깨끗하게 치워주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집에 있던 폐휴지를 따로 모아 할머니께 드리게 된 것이죠. 할머니는 용돈 벌이가 아닌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물 한 잔 청하시는 할머니께 꽁꽁 언 시원한 생수도 하나 냉장고에서 내어드렸습니다.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시네요. 누구도 대신 끌어줄 수 없는 할머니의 손수레. 또 어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내게  주어진 일. 우린 모두 각자의 삶의 무게를 끌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할머니께 보탬이 되고 싶어 전화를 받으며 업무를 하는 중간 중간 달려 나가 영차영차 힘을 보태 드립니다.

“할머니, 내일도 늦지 않게 오세요. 날마다 기다릴게요.”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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