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 받는 그릇은 아름답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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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3 16:26
그릇은 그 모양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고, 무엇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그릇의 가치가 다르듯이, 우리네 삶도 그 삶의 그릇이 보석처럼 빛나는 그릇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도공의 손놀림에 따라 빚어지는 도자기의 모양이 다른 것처럼 장애인들이 빚어가는 삶의 그릇에는 각각 무엇으로 채워 삶을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빚만 쌓여서 베풀어준 사랑이 고맙기만 합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지만, 특히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작은 일이라도 남의 도움으로 살아가는데 익숙하여 혼자서 해결하기 보다는 남을 의존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한울타리 지적장애인들에게 교육이란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들의 잠재력까지 발휘할 수 있게 합니다. 또 장애인들에게 재활교육을 통해 경제활동과 자립의 기반을 위한 직업인으로서 사회에 동참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자립심을 키워 주는 자신감을 가지게 합니다.
한울타리 풍물단은 우리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 2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악기의 이름을 가르치고, 악기를 다루는 방법을 강사님의 지도로 학습해 보지만 장구소리, 북소리, 징소리는 따로 따로 소리가 나고, 악기를 익숙하게 다루기 위한 반복적인 훈련으로 지치기도 여러 차례… 악기마다 그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화음은 맞지 않아도 콩나물시루에 물주는 것처럼 꾸준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한 마디, 한마디씩 장단에 맞추어서 악기를 연주하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3년의 훈련의 결실은 주위의 경노잔치와 지역행사에 참여하여 축하공연으로 흥겨움을 더 해 주고 있습니다.
먼저 의상(바지,상의, 행전조끼, 미투리, 삼색띠, 버선, 신발)으로 치장을 한 장애인들은 사물을 리드하는 흥겨운 꽹과리의 가락에 맞추어서 연주가 시작되면 약 20분 정도 장단에 따라 공연을 이어가고, 어르신들은 어깨춤으로 덩실 덩실 추임새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한울타리 풍물단의 연주가 끝나면 풍물놀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시는 어르신들의 칭찬은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귀한 시간이 됩니다.
재활교육과 훈련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장애인들의 삶이 마치 한줌의 흙이 도공의 정성과 혼으로 빚어져 아름다운 도자기로 거듭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이 조금은 어눌하고 부족하여도 피나는 노력과 훈련으로, 아낌없이 지지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선 자리에서 열심히 삶의 그릇을 빚어 세상에 꼭 쓰임 받는 그릇이 되어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정규 장애인생활시설 한울타리 원장